세계관

마법의 기원

 마법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궁금증을 가질 만한 당연한 의문이었으나 이에 관심을 기울이는 마법사는 특별히 학구열이 뛰어난 자를 제외하곤 극도로 적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법사들에게는 마법이란 아이가 걸음마를 하는 것처럼, 걸음마를 끝내고는 뜀박질을 시작하는 것처럼 극도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것을 당연한 힘이라고 여겼기에 마법사들은 머글을 자신과 다른 종족이라 여겼고, 그들의 자손들 중 마법을 쓰지 못하는 이가 있으면 가엾게 (혹은 가혹하게) 대했다. 

 이는 중세시대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마법사들의 당연한 관념이었다. 머글 혹은 머글 태생을 배척하거나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시간의 기원

 그렇다면 시간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역시 마법과 똑같았다. 시간의 흐름은 삶을 처음 누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 곁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그 근원에 대한 고민은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쉬웠다. 

 심지어 이것은 머글에게도 마법사에게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었다. 일직선으로 흐르는 시간은 감히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었고, 이를 행하는 건 죽은 자를 다시 살리겠다 덤비는 것과 같았다. 그 누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유일한, 단 하나의 가치! 

 이에 대해 감히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111년 전의 재앙

 그러나 전혀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았던 이 각각의 두 이야기는 111년 전의 일로 완전히 꽁꽁 묶여버리고야 만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11년 전, 세계에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파란이 불어닥쳤다. 

 마법사들의 세계는 마법이 멈추었다.

 호그와트는 금세 낡고 으스스한 저택으로 돌아왔고, 유령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으며, 초상화는 물감색이 바랜 그림에 불과했고, 그 누구도 마법 지팡이에서 빛을 불러낼 수 없었다. 철없는 학생 몇 명은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좋아했지만 이윽고 심각성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이는 비단 호그와트 뿐만의 일이 아니었다. 녹색 빛이 사라진 녹턴 앨리를 떠올릴 수 있는가? 쏟아봤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단순히 벽난로 청소가 귀찮아질 뿐인 플루가루는? 마법 세계는 일대 혼란에 빠졌고, 장관은 미친듯이 날아다니는 부엉이들을 처리하느라 진을 쏟아야만 했다(부엉이가 마법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마법사들은 이 방면에 있어서 운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원초적인 힘을 쓰지 못하게 됐는데 어떻게 행운이라는 말을 할 수 있냐고? 그렇지만 그건 머글들의 세계를 보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머글들의 세계는 시간이 멈추었다.

 토스트에 버터를 바르려고 칼을 집어드는 순간, 앞의 자동차더러 빨리 가라고 클랙션을 울리는 순간, 정원에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는 순간, 모든 머글은 돌처럼 굳었고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머글들이 움직이는 기계나 열차같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도시는 마치 죽은 자들의 도시처럼 싸늘하게 변모하였다. 머글 세계에 섞여 살았던 소수의 마법사들의 말을 빌리자면, 런던이 그렇게 조용했던 적은 아마 이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마법사들은 닥치는대로 원인을 찾았다. 그나마 보호 마법이 걸리지 않은 고서들(남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마법이 걸린 서적들은 순식간에 백지 책들이 된 지 오래였다.)을 뒤져가며 마법과 시간을 동시에 다시 흐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그동안 머글들은 석상처럼 굳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 상태는 꼬박 일주일을 갔다. 일주일이라니! 
 이는 연쇄살인마가 돌아다니거나 갑작스레 전쟁이 터지는 것보다 더 큰 마비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순혈 가문들은 정적에 휩싸였다. 그들은 마법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혼혈과 머글태생들은 처지가 더 심각했다. 단숨에 굳어버린 가족을 앞에 두고 그들이 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정확히 일주일이 지나자 모든 이들의 연구와 불안과 걱정이 무색하게 다시 세상은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후속 조치

 그것으로 모든 일이 끝났다면 그냥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일 년 단위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아주 잠깐, 단 하루, 어쩌면 몇 시간에 불과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게 짧다고 해도 작은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마법부는 이 사건을 블랙아웃이라고 명명하며 마법사들에게 대비를 강조했다. 마법부의 미스테리 부서 안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듯 했으나, 별다른 해결책이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모양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올해는 블랙아웃이 일어나지 않은지 정확히 11년 된 해이다. 다시 말해서 이번 해에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블랙아웃을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는 끝이고, 또 반대로 말하면 그들이 태어난 해를 기점으로 블랙아웃이 자취를 감춘 날이라고 보아도 마땅했다. 마법부는 이미 작년에 블랙아웃이 끝났다고 명명백백 공표했었다. 블랙아웃은 이 세계를 100년동안 매년 공포에 떨게 하다가 마침내 딱 기일을 채우고 사라졌다고. 그러니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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